일상생활

백인옥-전설의 고향 횡성편.

청매화 2014. 1. 29. 11:25

영조때 횡성땅에는 ‘백인옥’ 이라는 젊은 문장가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그는 재주도 비상 할 뿐 아니라 얼굴과 마음까지도 이름 그대로 백옥과 같이 곱고 고결해 인근 사람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백인옥이 20세 때 일이었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그의 큰 뜻을 펼 수 없게 됨을 알고 그는 서울에 있는 재상이었던 김판서를 찾아갔다. 

백인옥은 그 집의 서생으로 있으면서 그의 총명과 인품을 바탕으로 판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럴 즈음에 김판서의 이웃에 황별감이라는 사람이 이사를 왔다. 그에게는 20세 가량의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만 백인옥을 이웃에서 대하게 되면서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하루라도 인옥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남녀가 만나고 사랑의 감정을 전달한 다는 것은 어림도 없던 시대라 

그녀는 하루 이틀 혼자서 애만 태우다 그만 상사병이 걸리고 말았다. 


백약이 무효가 되고 그녀의 병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마침내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경지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마침내 그녀의 부모는 딸의 상사병 내막을 듣게되고 딸의 생명을 건져보려는 생각에 백인옥에게 간청을 했다. 

그러나 성품이 고결한 인옥은 그것을 허락 할 리 없었다. 

인옥의 완강함에 부모도 더 이상 어째볼 수 없게 돼 버렸고 그녀는 한을 품고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고 난 김판서는 매정한 인옥을 크게 꾸짖었다. “네가 얼마나 도도한 사람이기에 남의 생명까지 빼앗느냐 ? 

너같이 매정한 놈은 더 이상 우리 집에서 필요 없으니 당장 나가거라 ” 

이렇게 해서 인옥은 억울하게 김판서의 집에서 쫓겨나 정처없이 떠도는 과객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잘못 한 것이 없기에 의연 할 수 있었다. 

러나 그는 죽은 황처녀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곡성을 터트리는 마음에 하루도 마음이 편칠 않았다. 


그는 그로 인해 병까지 얻어 심신이 피폐해져 갔다. 그는 마지막으로 백귀가 넘보지 못한다는 금강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과연 금강산에 들어가니 그토록 그를 괴롭히던 황처녀의 괴곡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어느 늦은 봄날이었다. 인옥은 그곳의 절에 기거하는 스님에게 자신의 과거사를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스님도 숨김없이 자신의 과거를 인옥에게 들려줬다. 

자신은 서울 어느 집의 상노였는데 주인집 딸이 하도 예뻐 겁탈을 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일이 탄로 날까봐 

그 주인집 딸을 앵두나무에 목을 매어 죽인 다음 이곳에 와 중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인옥은 짐승 같은 짓을 한 그 승려를 걷어 차 절벽 아래로 떨어트려 죽여 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공중에서 곡성이 진동하더니 난데없이 처녀 머리가 하나 뚝 떨어졌다. 그 처녀는 흐느끼면서 인옥에게 말을 했다. 

“저는 본시 서울 양반집의 딸로 못된 상노 놈에게 죽음을 당하고는 밤낮 원수 갚기를 별렀는데 다행히 제 대신 당신이 복수를 해 주셨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죄 없는 당신을 괴롭히던 황처녀의 목은 제가 대신 베었습니다. 이젠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한양에서 과거가 있을 터이니 빨리 채비를 하고 떠나세요. 끝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소복 입은 여자를 경계하십시오.” 


마음이 편안해진 인옥은 금강산을 떠났다. 한양으로 가는 어느 날이었다. 

날이 저물어 인옥은 눈에 보이는 불빛을 보고 그 집엘 들어가 하룻밤 묵어 갈 것을 간청하였다. 

공교롭게도 그 집에는 단칸방에 소복을 한 아름다운 여인 한 사람만이 홀로 살고 있었다.

그 소복여인은 쾌히 인옥의 유숙을 허락 해 주었고 친절히 식사까지 제공 해 주었다. 그 여인은 등잔불 밑에서 조용히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등잔불 밑에 꿇어앉아 바느질을 하는 여자는 인옥이 보기에 천상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 같기만 했다. 

밤이 깊어가고 인옥은 마음이 흔들리고 급기야는 끓어오르는 욕정을 주체 할 길이 없어 그 여인에게 자기의 속내를 말하고야 말았다. 


그러자 그 여자는 지필묵을 끌어 당겨 ‘약(若) 결연(結緣) 어(於) 금야 (今夜)’ -만일 오늘밤 인연을 맺는다면- 라는 시귀를 써 놓고 

이 시귀를 어울리게 맞춘다면 당신의 청을 들어준다고 말했다. 

인옥은 자신의 지혜를 총동원해 시귀를 맞춰보았으나 끝내 여인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여인이 채워놓은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故郞哭於黃泉’ -죽은 낭군이 황천에서 곡을 할 것이다- 인옥은 그 여인의 정절에 감동하여 여인의 말대로 손끝하나 안 대고 밤을 지냈다. 


이튿날 아침 인옥은 한양에 도착하자마자 예정을 생각해서 자신이 신세를 졌던 김판서 집부터 찾아보았다. 

그러나 막상 그 집에 당도 해 보니 궁궐 같기만 하던 집은 폐가가 되다시피 했고 그 많던 식구는 모두 사라지고 

집에는 오직 김판서 와 며느리 그리고 늙은 하인 한 사람 뿐이었다. 

늙은 하인의 말에 의하면 백인옥을 내 쫓은 뒤 모든 재산은 다 탕진되고 악병에 의해 가족은 모두 함몰되다시피 했다는 것이었다. 


그 날밤 인옥은 그전 김판서의 아들과 공부하던 방에서 쉬게 되었다. 

새로운 감회와 지난 과거가 다시 떠오르는 가운데 인옥이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에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며느리가 들어왔다. 

그리곤 울면서 인옥에게 백년가약을 맺어 줄 것을 애원했다. 

이를 듣자 인옥은 소복을 입었던 여인이 자신에게 행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인옥도 며느리에게 ‘若結緣於今夜’를 써주고 채워 보라고 했다. 


그러나 며느리는 시귀를 채우지 못하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인옥은 ‘故郞哭於黃泉’ 라는 글귀를 써넣으니 

밖에서 옅보고 있던 김판서는 감복하여 인옥에게 과거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인옥에게 수양 아들이 되어 며느리를 후사로 삼아 

잘 돌봐 줄 것을 간곡히 청했다.  그리고 남은 재산 모두를 인옥에게 넘겨 주겠노라는 부탁도 함께. 

신의를 중히 여기는 인옥은 김판서의 간청을 받아들여 며느리를 아내로 기꺼이 맞이했다. 

그 후 인옥은 장원급제하여 청운의 꿈도 이루고 잘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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